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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공연·답사·행사)

 

진정한 예술가의 예술혼과 예술세계를 담기 위하여 공연자를 직접 만나는 등 생생한 현장의 숨소리를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해서 쓴 기사를 모은 방입니다. 기존의 6하 원칙에 의한 ‘공연사실’만을 알리는 취재와는 전연 다른 차별화된 취재를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문의는 전화 : 02-733-5027, 누리편지(이메일) : pine9969@hanmail.net로 하시면 친절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쓴 사람 김영조
쓴 날짜 2011-06-23 (목)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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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728      
부여, 시조창을 통해 부활하는 백제혼

 
 부여, 시조창을 통해 부활하는 백제혼
[현장] 내포제시조창 발표회와, 내포제시조 강좌 열려

▲ 청암 김연소 제5회 내포제 시조창 발표회 모습

“기러기 산이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역력히 가르쳐두고/ 밤중만 임생각 날제면 소식전케 하리라” 여창질음시조 한 수가 청중들이 빼곡이 운집한 내포제시조 전수관 안을 가득 메운다. 이어 “바람아 부지마라 휘어진 정자나무 잎이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마라 녹빈홍안이 공로로다/ 인생이 부득항소년이니 그를 설워하노라”라는 남창질음시조가 차분한 소리로 청중들의 가슴을 휘어잡는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청아한 시조 한 가락쯤 들려왔었는데 이젠 쉽게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시조창이란 시조에 곡을 붙여 부르는 노래를 말하며 시절가, 시절단가, 단가라고도 하는데 700∼800년 세월을 이어온 우리 겨레의 얼과 정서가 담긴 노래이다. 

겨레의 소중한 민족음악을 잇는 뜻 깊은 시조창 발표회가 6월 21일 오전 11시 충남 부여의 내포제시조 전수관에서 열렸다. 이날 시조창은 내포제시조보존회ㆍ충청남도통합시우회ㆍ부여시우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충청남도ㆍ부여군ㆍ한국국악협회충청남도지회ㆍ부여문화원이 후원한 “제5회 내포제 시조창 발표회”로 “제23회 내포제 시조 강좌 및 발표회”와 더불어 가졌다. 

전수관에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청중들로 가득 메워져 후끈한 열기가 넘쳐났다. 특히 이 자리엔 이용우 부여군수, 부여군의회 김종근 의장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과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다수 학계 인물들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먼저 내포제시조창 발표에 앞서 김연소 충남무형문화재 제17호 보유자는 “시조창은 예전 선비들이 기풍과 사상을 담아 노래하던 소중한 우리의 민족예술이다. 특히 내포제시조창은 옛 백제인의 혼이 담긴 노래로 충남 부여가 중심이 되어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소중히 가꿔나가야 할 책임을 느낀다.”라는 인사말을 했다. 

충남 부여의 내포제시조는 1930년대 창암(蒼岩) 소동규 선생께서 미당(美堂) 윤종선 선생 문하에 들어가서 전수해오던 시조창으로 1956년 충남 시조인들을 모아 시우회(時友會)를 조직하여 구전으로 전해오던 내포제 시조를 악보로 집대성하는 등 체계화하여 탄암(灘岩) 김원실 선생에 이어 이날 시조창 발표회를 여는 청암(淸岩) 김연소 명창으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 인사말을 하는 김연소 무형문화재 보유자, 축사를 하는 이용우 부여군수, 격려사를 하는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 서한범 교수(왼쪽부터)

이날 특별히 자리를 함께한 이용우 부여군수는 “시조는 단아하고 우아한 꽃창포를 닮았다. 그래서 시조창은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았는지도 모른다. 시조엔 경상도의 영제, 전라도의 완제, 서울ㆍ경기 경제가 있지만 이곳 부여에 내포제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 내포제시조창을 올곧게 이어나가는 김연소 명인과 보존회 여러분께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라며 부여의 높은 문화에 관심을 표명하는 축사를 해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또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은 격려인사를 통해
“어떤 무형문화재보유자들은 보유자가 되면 마치 정상에 올라 더는 오를 곳이 없는 양 행동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김연소 명인은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그 결과를 무대에서 검증받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가 참 아름답다.”라고 칭찬했다. 

계속해서 서한범 회장은 “충청지방의 내포제시조는 이 지역 양반들의 필수과목이었다. 그래서 시조 한 수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양반이라도 양반 대접을 받지 못했다. 부디 충청지역의 시장ㆍ군수ㆍ교육감ㆍ시도의원을 비롯한 유지 여러분과 공무원ㆍ학교 교사ㆍ학생들이 내포제시조를 자랑스럽게 부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충남무형문화재 제17호 보유자 김연소 명인은 맛깔스러운 해설과 함께 평시조, 사설시조, 여창질음시조, 남창질음시조, 중허리시조, 엮음질음시조를 불렀다. 김연소 명인의 시조창 중간 중간에 내포제시조 부여시우회 김영숙 회장, 내포제시조 충청남도 통합시우회 이규환 회장, 영제시조 이종록 예능보유자의 찬조창이 곁들여져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명인은 시조창 중간 중간에 해학적인 표현을 섞어 가며 시조가사를 쉽게 설명해주었는데 이는 청중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로 이번 공연에서 명인은 백제인의 정서를 드러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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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숙 씨 장구 반주에 맞춰 시조창을 하는 김연소 명인

▲ 찬조출연자들 / 시조창을 하는 내포제시조 부여시우회 김영숙 회장, 내포제시조 충청남도 통합시우회 이규환 회장, 영제시조 이종록 예능보유자,

김연소 명인의 아들 김동회 군의 장구 연주

마지막 무대는 한양대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있는 김연소 명인의 아들 김동회 군의 장구 연주가 있었는데, 젊은이다운 박진감 넘치는 현란한 몸동작과 섬세하면서도 힘찬 연주는 청중의 큰 손뼉을 받았다. 

이 발표회에 참석한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은 “평소 시조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막상 시조창 발표회에 와서 생생한 시조를 들어보니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포제시조창은 충분히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이 있으며 특히 내포제시조가 백제인의 혼을 담고 있어 더욱 친밀감을 느꼈다. 이런 자리를 더 자주 마련하여 많은 사람이 함께 시조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말해주었다. 

▲  눈을 지그시 감고 시조창을 하는 김연소 명인 

시조창 발표회 뒤 점심을 마치고 나서 다시 전수회관에서는 제23회 내포제시조 강좌가 열렸다. 1989년 시작하여 계속되어 온 내포제시조 강좌는 이날 21일 시작하여 매일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흘 동안 계속되는데 강좌를 모두 마치면 마지막 날 나흘 동안 공부한 것을 총결산하는 수강생들의 발표회가 있다고 한다. 첫 시간 개강 강좌는 이론 강좌로 전국 곳곳에서 온 수강생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 제23회 내포제시조 강좌를 듣는 진지한 수강생들 모습

충남 홍성에서 참석한 강창수(57) 씨는 내포제시조 강좌에 여러 번 참석했다면서 “시조창은 하면 할수록 더욱더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내게 잘한다고 하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강좌 때마다 거의 참석하고 있다. 시조창은 내면의 응어리를 소리로 표출하는 것이어서 시조창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호흡기 계통이 좋아진 느낌이다.”라고 말해 주었다.

이날 내포제시조창 발표는 좁은 장소에 많은 청중이 빽빽이 들어찬 까닭인지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좌창으로 차분한 느낌을 가지고 시조창을 해야 할 명인이 직접 이러 저리 발표회 과정을 챙겼던 것이 어쩌면 그런 결과를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명인은 소리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조창은 이제 한반도에서 점차 그 맥을 잃어가고 있는 이때 부여의 김연소 명인이 있는 한 시조창은 머지않아 다시 부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청중들은 김연소 명인의 소리를 통해 찬란했던 백제혼이 다시 살아올 것을 비손하고 있었다. 

▲ 시조 강좌에서 첫 강사로 나선 김종옥 선생(왼쪽), 수강생 강창수 씨

▲ 충남 부여 내포제시조 전수관(왼쪽)과 내포제시조창, 창시자 창암 소동규 선생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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